적당한 알콜....일기장을 꺼내다...

적당한 알콜....일기장을 꺼내다...

신리 4 3,844



깊은 밤...
음악을 들으면서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는데....
갑자기.....
술이 땡기네요.....
매번 듣던 음악이었는데.....
유독 오늘 뇌리에 박힙니다......

혼자서 소주 한병을 까고 있습니다.....

그러던 중.....

불현 듯 '망각의 동물'이라는 문구가 생각이 납니다....
그리고 예전에 군대에서 제대 얼마 남겨두지 않았을 때 썼던 일기가 생각이 납니다..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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오랜 시간이 흐른 뒤 잠시 멈춰
그간 지나온 세월을 돌이켜 보면 그렇게 빠를 수 없다...
언제 인지도 모르게.....내가 느끼기도 전에...
시간이란 놈은 저 먼 곳......내 기억의 너머까지 가 버렸다....

지금 당장 오늘을 사는 내게 있어....
지금의 일분일초는 길고 따분하기만 한데....

그래서 사람을 망각의 동물이라 하는가 보다.....
그렇게 따분하기 만한 수많은 일분일초를 보내고도.....
그것들을 다 기억하지 못하고 지난 시간들을 추억이나 하고 있으니......
추억이래 봐야...딱히 의미 있는 몇가지들 뿐이고.....
우린 이가 갈리도록 무수히 많은 지루한 시간을 보내고도
또 다시 되풀이 되는 그 지루함을 자각하지 못한다.....

그래서 사람을 망각의 동물이라 하는가 보다.....
어찌보면...우리...참....미련한 동물이다....

어쨌든 난 지금 26개월이라는 시간을 거의 다 보내고....
겨우 몇일 만을 남겨 놓았다....
내가 느끼기도 전에 벌써 이렇게 가버린 것이다....
아니....다 잊어버렸다.....
26개월의 시간을 몇개의 사건만 놔두고 다 잊어버렸다.....

그리고 또 무수히 많은 시간앞에 나선다......

참....당돌하기도 하다.....


망각의 심연에서 딱 하나만 건져내라면.....
그럴 수만 있다면......

......난 건져 내고 싶은게 없는 듯 하다........


2003. 3. 25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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저 때 무슨 생각으로 이런 일기를 썻는지....
알 듯 말 듯...하네요......ㅋㅋ


시간 앞에 무릎꿇고 있는 나 자신이 한 스러웠나 봅니다.....

악기를 연주 할 때 이렇게 가르칩니다.....(최소한 저는.....)
박자를 따라 가지 마라고.....
니가 박자를 차고 나가 라고.....
박자를 따라가면...어느샌가 넌 이미 쳐지게 된다고.....
메트로놈을 앞에 두고.....
똑 소리 후에 딱 소리가 나길 기다리지 말라고........
니가 먼저 딱을 했을 때.....
메트로놈도 딱을 한다고......


시간도....박자와 다를게 없겠죠.......


일기장을 뒤적이다 보니.....
간단한 스케치 위로 이런 말도 써 있네요......

"이리하여 내 뒷사람도 또한...
이미 과거가 된 릴케나 나를 포함한 더 두툼한 역사의 표정이나
그 것을 더 한층 무화시키는 듯한 거센 부정의 심연을
이 골목과 하늘에서 보면서도 예감으로 가득찬 미래의 안쪽을
들여다 볼 수 없는 자신을 한탄할 것 임이 틀림없다....
유감스럽지만 아무리 뛰어난 시인일지라도....
내일이라는 과거를 보는 일은 허용되어 있지 않다...
그것이 역사라는 것이라면,
인간이 시간이라는 무상감에서 벗어나는 일은 영영 무리일까......."

-이우환 [시간의 여울] 中 '톨레로에서'-

일본에서 활동중인 화가 시죠......
그 분이 쓰신 에세이집.....(개인적으로 추천 하는 책입니다....)


말이 너무 길었네요.....

음악 하나 드릴게요....
이래 저를 필 꽃히게 만든 음악은 아니고요....
(그 음악은 이 전에 이미 올렸던 겁니다....)
Ryuichi Sakamoto.......A flower is not a flower.......입니다.....

Comments

Sso
예전에 다 태워버린 일기장이 생각난다... emoticon_008
일기, 지금은 열심히 라기보다 생각날때만 쓰게 되버려서..ㅎ 
레몬맛캔디
지금 이컴터에 스피커가 안달려 있어서 음악 못듣어용~~
어떤음악인지 궁굼~~~^^집에 가서 들어봐야지~~ 
mamelda
지난 글들은 참 많은걸 생각나게 해주죠 ^^ㅋ

혹시나 다시 꺼내보아도 기분이 좋아지고 싶어....
우울?했던 것들은 정리하고 좋은것만 남겨두었습니다. 
★쑤바™★
야...
너 일거리 줬더니...그새 심난해진게냐?+_+

니 소주까고 있을때...
문양이랑 아웃이랑 나랑..셋이....
집앞에서 나란히 사천성 깨부시고 있었다..-_-;;;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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