작은 물

작은 물

명랑! 20 3,894
[작은 물]



계절이 바뀌면서 부터 높은산 바윗골에 상서로운 기운이 감돌았다.

흰구름이 자주 와서 맴을 돌았고, 바람이 골골이 찾아들어 티끌을 쓸어 갔다.

밤이면 별빛이 소록소록 재였고, 아침이면 안개가 해 뜬 뒤에까지도 자욱하였다.



어느 날, 밤중에 번개가 쳤다.

천둥이 울렸으나 비는 내리지 않았다.

두번 세번 번갯불이 스쳐간 뒤였다.

첩첩이 쌓인 바위틈이 바늘귀 만큼 열리었다.

그리고 거기로부터 한 점 푸름이 비어져 나왔다.

물방울이었다.



터오는 먼동과 함께 물방울은 하나둘 모여서 작은 물줄기를이루었다.

골안개 밑으로 흐르면서 산삼 뿌리를 스쳤다.

사향노루가 딛고 간 발자국을 닦았다.

오랜 세월동안 비와 바람에 파여진 돌확이 나타났다.

작은 물은 거기에서 숨을 돌렸다.



바로 건너편에 깊은 골짜기가 있었다.

골짜기에는 한떼의 물이 모여있었다.

작은 물하고는 비교도 되지 않는 큰 물이었다.

큰 물이 말을 걸어왔다.

"넌 왜 그렇게 작은 길을 가니?"

"왜? 이 길이 어때서?"

"그 길은 작기 때문에 험한 고생만 하게 돼."

작은 물이 물었다.

"네가 가는 길은 편해서 좋니?"

"그럼. 계속 넓어지니까.

그렇게 가다보면 강에도 이르고, 바다에도 이를 거 아냐."

"그게 너의 살아가는 뜻이니?"

"나한텐 뜻 같은 건 없어. 그냥 많은 친구들이 가는 대로 따라갈 뿐이야.

그러다가 한 세상 마치는 거지 뭐."



작은 물이 말하였다.

"나한테는 작지만 소중한 뜻이 있어. 이 길이 작고 험한 길이라 하더라도 끝가는 데까지 가볼테야."

작은 물은 길을 떠났다.

가파른 돌벼랑으로 길은 이어졌다.

숨이 차고 발이 아팠다.

그러나 쉬어갈 만한 틈이 없었다.

그치지 않고 흘러가야만 했다.



아래의 큰 물은천천히 구비쳐 흐르며 산구비에 이르러서는 한참씩 머물기도 하는데.

하지만 작은 물의 몸만큼은 큰 물에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맑았다.

먼지 하나 끼지 않았고, 이끼 한올 슬지 않았다.

작은 물 앞에낭떠러지가 나타났다.

작은 물은 곤두박질을 하며 아래로 떨어졌다.

아래는 작은 소였다.

소에서 나가는 길은 두 갈래가 있었다.

하나는 큰 물로합해지는 넓은 길이었고, 하나는 숲속으로 간신히열려진 좁은 길이었다.

아래편 여울에서 큰 물이 손짓을 했다.

"고생하지 말고 어서 이쪽으로 와. 이번이 마지막 기회야."

"그 길로 갔다가 다시 이쪽 길로 돌아올 수 있어?"

"그렇게는 되지 못해. 한번 합해지면 그만이야."



좁은 길로 들어선 작은 물은 숲속으로 한참을 흘렀다.

전나무들이 뒤덮인 산모퉁이에 이르면서 힘이 다한 것을 느꼈다.

몇 구비를 지나서 움푹 패어진 바닥에 드디어 멈추어 서고 말았다.

"이제 나는 풀잎 하나를 밀어낼 힘까지도 모두 써버렸어.

비록 더 멀리 가지는 못하였지만 나는 나의 길을 한눈 팔지 않고 열심히 왔어."

작은 물은 눈을 감았다.



이튿날, 눈을 떠본 작은 물은 놀랐다.

나무들과 풀꽃들이 작은 물을 빙 둘러싸고 있었던 것이다.

한 점, 흰 구름이 가슴 위에서 맴을 돌고 있었고 눈이 맑은 노루가 목을 축이고 있었다.

바위종달이가 부르는 노래를 작은 물은 들었다.

깊은 산속 옹달샘 누가 와서 먹나요...



[당신이 가고자 하는 길은 어디입니까?
혹 큰 물이 아닙니까?]


-정채봉-

어, 목말라~

Comments

dirstreet
보람이 만이컸어요..., 명랑대교주님..., 
명랑!
오오~~ 보람을... emoticon_001 
요롱아씨
좋은글 잘 봤습니다. 글보니까 제가 고민했던부분들이 어느정도 해답이 되는거 같아요~ 
명랑!
꼬마님! 나도 진지할 때가 있다구~
"귀여우면 다야?" emoticon_003 
하늘나라
나의 갈길 다가도록.....^^
이쁜글 감사합니다..항상 명랑하라..ㅋㅋ 
꼬마
명랑님이랑 안어울림 ,,, 킥 
이소인
^^; 산삼뿌리 위치를 물어보고 싶군... 
니와토리
음,,,,emoticon_006 
★쑤바™★
작은물......이라. 
KENWOOD
목마르군,,,쩝! 
찰리신^^~
좋은글감사(_ _) 
하루
오..백일장도 아니거...좋은글 퍼나르기네여..ㅋ 
동감
이아침에 좋은글 보고 갑니다.^^ 
David Kim
명랑님 ㅎ ㅏㅇ ㅣㅇㅕ~ ^^
사진 보니 옆집 형님 같다는 헤헤
행복하세요~ ^^emoticon_004 
이성미
좋은글 무지감사~~ 생각하는 시간이 되었어요~~~ ㅆ.ㅆ 
michelle
헉~~ 몰라오빠다 
Molra^^
3줄로 요약하시요.. 으하하하 
아수라백작
세수하고 가지요~~~~ 
명랑!
정채봉님의 '생각하는 동화'..... 
아티
이건 어디서 퍼와쏘???emoticon_006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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